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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로 물 줄줄… 제 기능 못 하는 스프링클러 ‘차폐판’

관리자 2025-05-12 조회수 37

 


소방공무원 사이에서 ‘차폐판’이 제 역할을 못 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스프링클러설비(폐쇄형)는 화재 시 일정 온도에 다다르면 감열부가 녹아 물을 방사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일부 제외) 또는 연면적 5천㎡ 이상 등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배관이나 행거, 조명기구 등이 들어설 경우엔 하단에도 스프링클러를 추가 구성해야 한다. 상단에 위치한 스프링클러 방수 시 구조물이 살수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단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설비는 위에서 먼저 뿌려진 물로 인해 스키핑 현상(Skipping Effect)이 나타날 수 있다.

 

‘스키핑 현상’이란 화재 시 먼저 개방된 스프링클러헤드에서 방출된 물이 주변 헤드를 적셔 일정 온도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개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게 바로 ‘차폐판’이다. 차폐판은 상부 헤드에서 분사된 물이 하부 헤드 감열부에 닿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스프링클러헤드에 씌우는 우산인 셈이다.

 

그런데 소방공무원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차폐판을 두고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경기도의 공동주택, 문화ㆍ집회시설 등을 둘러본 결과 하부 스프링클러헤드엔 모두 규정대로 차폐판이 설치돼 있긴 했다.

 

하지만 몇몇 차폐판은 눈으로 보기에도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삐뚤게 설치돼 있었다. 제대로 부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사다리에 올라 만져봤더니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이날 둘러본 다른 세 곳의 대상물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더 심각한 건 차폐판의 기밀성이다.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차폐판 위로 물을 부었더니 차폐판 틈새로 물이 줄줄 새 감열부를 모두 적셔버렸다. 화재 시 하부에 위치한 헤드의 정상 개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자와 함께 현장을 점검한 소방공무원 A 씨는 “보통 스프링클러설비는 분당 80ℓ의 어마어마한 양을 방수한다”며 “이렇게 적은 양으로도 물이 새는데 스프링클러가 터졌을 때 제 기능을 못 한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소방공무원들은 실효성 없는 차폐판이 설치되는 건 관련 규정의 불명확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행법(화재안전성능기준)엔 ‘상부에 설치된 헤드의 방출수에 따라 감열부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는 헤드에는 방출수를 차단할 수 있는 유효한 차폐판을 설치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차폐판의 형상이나 성능 등에 관해선 규정이 전무하다.

 

소방공무원 B 씨는 “차폐판과 관련한 세부 기준이 없다 보니 구색 맞추는 식으로 차폐판을 대충 설치하는 것”이라며 “현장을 점검하는 소방공무원도 육안으로 차폐판 설치 여부만 확인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차폐판을 구매ㆍ설치하는 현장에서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차폐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스프링클러헤드의 구경이 18, 21㎜로 나뉘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구경에 따라 차폐판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선 편의상 구경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설치하는데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이를 잘못됐다고 보기도 어렵고 설치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는 “차폐판 기능 확보에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엔 공감한다. 다만 설치기준으로 정하기보단 차폐판 품질기준 마련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준을 고칠 게 아니라 제조업체와 시공업계 등 관련 기술계의 지식 함양과 책임성 있는 관리ㆍ감독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용주 국가화재평가원 이사장(소방기술사)은 “차폐판은 스키핑 현상을 막기 위한 용품”이라며 “물을 막는 게 본연의 역할이기에 미국 NFPA에서도 차폐판 설치 규정만 있지 세부 기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극히 당연한 것조차 화재안전기준에 넣으면 내용이 너무 방대해진다”며 “제조업체가 물건의 성능을 고려해 제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시설 감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키핑 현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폐판의 성능 유무를 시공 과정에서 바로 잡는 기술인들 스스로의 노력도 시급하다”며 “기술의 완성은 결국 현장에서 이뤄지지만 문제 개선을 위한 기술자들의 의지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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